10. 정말 나 찔리라고 온 건지, 늘 들고 다니던 노트북 대신 책 한 권을 펼쳐보던 형은 결국 책을 채 반도 다 읽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아주 코맹맹이 소리까지 나는 목소리로 나 갈게, 하더니 결국 괜찮냐 묻는 내게 고개만 대충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가 버렸다.덕분에 나는 저녁 시간 내내 형 생각만 했다. 목적이 진짜 뭐였건 간에 성공한 것 같...
09. 나는 항상 혼자 잠들고 알아서 깼다. 따끈하고 뽀송한 이불 속에서 잘 자다가 깬 건 순전히 이제는 형이 된 사장님 때문이었다. 안 덮친다며! 어제 그렇게 굳건하게 약속해놓고! 탄탄하게 근육이 붙은 형의 팔 아래 깔린 내 머릿속에 어젯밤의 만행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나는 생긴 것하고 다르게 술 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었고, 아직 젊어 그런지...
08. 멀리서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고, 오래지 않아 꺼졌다. 아까의 옷에서 바지만 갈아입은 사장님의 머리가 아무렇게나 말라있었다. “뭘 또 웃어. 뭘 잘했다고. 앉아있으랬더니 말도 안 듣네 이제.” 그렇게 날 구박한 사장님은 날 일으키는 대신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주었다. 잘생기고, 귀티나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진상인줄 알았지. 지금 생각하...
07. 자정이 한참 넘은 야심한 시각에 불려 나온 보안 형은 까칠했다.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후레쉬도 끄지 않은 채로 내 신원을 물었다. 해줄 말이 뭐가 있어. 나는 알바이므로 알바라고 대답했다. “알반데요.”“술 취했어요?” 가까이 다가온 그들에게 나의 알코올이 전파되었는지, 인상을 벅벅 쓰고 고개를 죽 빼서는 나를 이리저리 살핀다. “쪼끔... 마셨는데요...
06. "으헉!" 여기 가겐데!!!!등줄기를 타고 올라온 경련이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자다가 제풀에 놀란 딱 그짝이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뜸과 동시에 내가 가게에서 퍼질러 자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간!!! 몇 시지!! 몇, "잘 잤어요, 정의찬씨?" 망했다. "염색 한번도 안했어요? 결이 좋네." 웃고 있으되, 웃지 않는 저 눈. 나는 천천히, 내 ...
05. 본격적인 중간고사 시즌이 되었다. "벚꽃! 벚꽃 볼거야!""같이 볼 사람은 있냐?"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으며 발작하는 이석원을 냉정하게 외면했다. 교수는 기어코 18장짜리 책 한 권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 9장까지 진도를 나갔다. 아아 매정한 사람. "나 케이크도." 처음 날 따라 온 이후로 이석원은 이 카페가 마음에 들었다며 콘센트 옆 ...
04. 전화하라는 시늉을 한 이석원은 눈치를 찔끔찔끔 보면서 가게를 나섰고, 매니저님도 가셨다. 가게에 남은 건 사장님과 나, 그리고 가끔 들락거리는 손님들 뿐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았다. 이미 피차 간에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건지, 자르지 않겠다는 확언을 들어서 그런건지 가게 사장을 눈 앞에 놔두고도 나는 뻔뻔하게 가끔 쉬어도 가면...
03. 이석원은 공부는 안했지만 멍청하진 않았으므로 내 출근시간 즈음 이제는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면서 손을 팔락팔락 흔들었다. 그러냐 싶었던 나는 조금 일찍 출근해서 매니저님이 계실동안 하나라도 더 배우자 싶은 마음이 직원 록커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왔다."의찬이 왜 벌써나와?""저 라떼아트 좀 가르쳐주세요.""왜, 혼자하려니 잘 안 돼?""맨날...
02. 보건증을 들고 첫 출근한 그 날, 나는 근로계약서를 썼다. 고깃집, 호프집, 행사장, 물류창고까지 시급이 좋은 알바라면 안 해본 것이 손에 꼽는데도 이 문서와는 초면이었다. 낯선 종이와 낯을 가리고 있자니 이제 말씀을 편하게 하시기로 한 매니저님이 다가와 천천히 읽어보라며 또다시 커피를 한 잔 쥐어주었다. “어… 저 이렇게 올 때마다 먹어도 돼요?”...
01. 통신 요금 10만원, 교통비 4만원, 공과금, 관리비, 월세에 교재비, 학회비, 학생회비까지.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갈 돈은 많았다. 쓰레기 버리는 것 마저 돈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 농부의 피땀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스티커가 비싸서. 게다가 올해부터는 삼학년이었다. 이학년까지는 어떻게...
안녕하세요, 루꼴라입니다. Be happy는 오는 6월 14일을 이북으로 정식 출간됩니다. 따라서올라와 있는 Be happy 카테고리의 모든 내용들은 6월 10일 00시를 기하여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애정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14일 출간되는 Be happy는 본편의 내용을 수정, 내용을 다듬고 일부 ...
BL을 씁니다. Be happy(완결) 실버라이닝(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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